양귀자의 『모순』을 읽으면서, 나는 참 많은 감정을 느꼈다. 이 책은 흔한 사건 중심의 소설이 아니다. 큰 반전도, 자극적인 전개도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안에 무언가가 건드려지는 느낌이었다.
25살 여성 안진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진은 가족과 사랑의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바로, "모순"이다.
엄마와 이모의 삶에서 본 모순
진진의 엄마는 남편의 병수발을 들고, 아들의 옥바라지를 하고, 심지어 딸의 우울함조차 자신의 존재 이유로 삼는다. 헌신, 책임, 희생의 상징처럼 살아온 인물이다. 반면 진진의 이모는 부유한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유행가를 좋아하고, 이모부와 자식들이 심심하다고 느낄 만큼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부유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모가 더 행복하고, 한 평생을 치열하게,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가 불행하다 생각하지만 『모순』은 이러한 당연한 생각을 깨버린다.
헌신한 엄마는 치열하게 살아가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부유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모가 오히려 그 심심함 속에서 불행함을 느낀다. 삶의 결과가 그들의 방식과 완전히 어긋나는 이 장면이야말로, 제목 그대로의 "모순"이다.
사진과 인생, 그 두 가지 철학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안진진과 김장후의 대화였다.
진진은 말한다.
"사진은 그렇게 잘 찍으면서 다른 일은 왜 그게 안 되지요? 인생의 모든 기회가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훌륭한 순간 포착, 거기에 진짜 인생이 존재한다....."
이 문구에서 나는 진진의 말에 동감했다. 기회는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잡아야한다고 위 문구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구절에 김장후의 말에서 나는 또 동감해버렸다.
"안진진, 인생은 한 장의 사진이 아냐. 잘못 찍었다 싶으면 인화하지 않고 버리면 되는 사진하고는 달라. 그럴 수는 없어"
이 문구를 읽고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니 신중해야 한다고 또 다시 생각했다.
정반대의 말인데도, 나는 두 사람 말 모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한 방향만 옳은 게 아니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진실하다. 이 장면에서 나는 『모순』이라는 책의 정수가 느껴졌다.
진진 엄마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속박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던 것은, 진진이 우울해할 때 엄마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는 표현이었다.
내 생각에 딸이 괴로워할수록, 엄마는 자신이 아직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고, 그 헌신적인 사랑이 결국엔 자녀의 불행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에 숨겨진, 가장 모순적인 감정 아닐까? 사랑과 집착, 헌신과 의존이 공존하는 그 복잡함. 『모순』은 그걸 너무 담담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보여주는 것 같다.
진진의 변화
진진이 마지막에 남긴 말은, 사실 1년 전 자신의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말이다. 책의 초반부, 1년 전의 진진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당시의 진진은 인생을 과제로 여기고, 실수 없이 살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을 품고 있었다. 철저히 분석하고, 납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그녀는 자신이 했던 말을 이렇게 고쳐 말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삶은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실수를 겪으며 그 속에서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 진진은 이제 완벽해지려는 조급함보다,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
『모순』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 책은 단순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관계를, 신념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말이 옳은지, 어떤 삶이 더 나은지 결정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게 이 책이 가진 힘이다.
내 안에도 수많은 모순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거울 같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모순을 발견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갈 용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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